<‘안전 불감증’ 이대론 안된다>“政爭 이용 말고 전문성 갖춘 안전법안 만들어야”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를 계기로 ‘안전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도 전문적인 입법 활동을 통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 안전 문제도 정쟁과 국회의원의 개인홍보의 도구가 되고 있는 현재 국회의 모습을 바꿔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선거로 충원되는 국회의원의 경우 전문성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입법조사처 연구위원이나 국회전문위원 직위 등에 재난 안전 전문가를 보강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난·안전관련 공약이 ‘표(標)퓰리즘’식으로 남발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2000년에 16개 광역 단체장 공약에 재난 안전 관련 공약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에 비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치권이 안전관련 공약을 내거는 것은 그나마 바람직하지만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안전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약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전 국가위기관리자문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간과한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데 국회가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회가 거대 담론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실질적이고도 구체적인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세월호 선장처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직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수준의 무거운 의무와 함께 이를 어길 때 강력한 제재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형사고 이후 반짝 관심을 갖다가 다시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련자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안전의식을 일깨우는 ‘DNA개조운동’에도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내영(정치외교학) 고려대 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행정부에만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부조직에 상응하는 관련 상임위가 있는 국회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국회가 적어도 안전문제에 관련해서는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선주협회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유착관계에서 드러나듯 국회와 각종 이익단체 및 협회 등의 청탁과 로비를 근절하기 위한 부정청탁금지법 제정안(일명 김영란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부정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에 관계없이 금품 수수시에는 처벌을 하자는 법이지만 청탁 금지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되기 때문에 국회 통과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탁 금지대상에 “국회의원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승배·박세영 기자 bsb@munhwa.com